"글로벌 미디어 성장 가능성이 순의 갈랐다"
자본금 3000억원 이상의 종편 사업자 4개가 등장하게 됐다. 경쟁력을 갖춘 종편의 출범은 KBS.MBC.SBS 등 지상파 중심의 방송 환경을 바꿔놓을 전망이다. 치열한 콘텐트 경쟁을 통해 한국에서도 타임워너 같은 글로벌 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도 지난해 12월 31일 종편 선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진출에 대한 의지와 바람을 감추지 않았다. ▶"850점은 역대 최고 수준 점수"=방통위가 이날 발표한 종편 심사 점수는 중앙-조선-동아-매경-한경-태광 컨소시엄 순이었다. 구체적으로 가장 배점이 높은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공익성 실현 가능성'과 '방송프로그램 기획.편성.제작계획의 적절성' 항목에서 승인 사업자와 탈락 사업자의 격차가 컸다. 콘텐트와 관련된 '방송프로그램 기획.편성.제작계획의 적절성' 항목에서 1위인 중앙 컨소시엄(법인명 jTBC)과 최하위인 태광 컨소시엄의 격차는 35.62점에 달했다. jTBC는 5개 심사사항 중 콘텐트 항목을 포함해 '조직 및 인력운영 등 경영계획의 적정성' '재정 및 기술적 능력' 등 3곳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승인 사업자들은 1000점 만점에 800점이라는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췄다"며 "특히 jTBC가 획득한 850.79점은 그간 방송 관련 심사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선정 과정에 관여했던 한 핵심 인사는 "글로벌 미디어로의 성장 가능성과 비전이 순위를 가르는 주요한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관심을 모았던 납입자본금의 경우 중앙(4220억원)-동아(4076억원)-매일경제(3950억원)-조선(3100억원) 순으로 확인됐다. 보도채널에 선정된 연합뉴스는 자본금이 605억원이었다. ▶치열했던 심사과정=종편 선정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쟁점이 돼 왔던 사안이다. 그만큼 심사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심사위원들도 부담은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심사위원들은 최대 16만 쪽(jTBC)에 달하는 부속 서류까지 꼼꼼히 대조해 가며 채점에 공을 들였다. 이 과정에서 심사위원 14명 중 3명이 코피를 쏟고 1명은 눈의 실핏줄이 터져 병원 진료를 받기도 했다. 최시중 위원장은 이날 심사가 공정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선정 사업자들에 별도의 주문을 했다.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도록 방송의 공적 책임을 지키고 다양한 시각과 견해를 국민들에게 제공해 달라"는 것이다. "콘텐트 제작 능력이 생존 좌우"=종편 선정은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사업권을 얻었다는 사실이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 올해 하반기 종편이 방송을 시작하면 방송 시장은 그야말로 무한경쟁에 돌입하게 된다. 심판관은 국민이다. 어떤 사업자가 양질의 콘텐트를 만들어 낼 능력이 있느냐가 향후 종편의 운명을 가르게 된다. 방석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은 "콘텐트 제작 역량이 있는 사업자는 다양화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급속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종편이 기회의 땅이 될지 저주의 땅이 될지는 결국 콘텐트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정책적 숙제도 많이 남아 있다. 김준상 방송정책국장은 이날 종편의 안착을 위해 어떤 지원책이 필요한지를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방송광고 규제를 풀어 광고시장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을 내놓았다. 향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어떤 실질적인 지원책이 가능한지가 논의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상복.천인성 기자